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특검에 소환, 조사를 받았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독일에서도 역시 이 뉴스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독일 4대 일간지 중 하나인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너 짜이퉁(FAZ)은 삼성의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하여 자세한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독일 언론들이 한국 미디어의 기사내용을 그대로 받아 전하는 것에 그치는 반면에, FAZ는 서울에 있는 특파원의 취재 기사를 싣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에 대해 잘 모르는 독일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기사를 작성한 것이라 지난 일들에 대한 내용이 많은 편입니다만, 상당히 정확하게 사건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기사 내용 중 이건희 회장을 "가부장"이라고 표현한 부분과 한국인들에게 삼성이 "애증의 대상"이라고 표현한 부분, 그리고 이번 수사로 인해 삼성과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을 한 마디로 일축해버리는 기사의 가장 마지막 부분이 꽤 인상적입니다.
한국의 보수 일간지나 경제신문들의 기사보다 훨씬 좋은 기사인 듯 합니다.
기사 내용 번역해서 올려 드립니다. (기사 원문)
역풍에 휩싸인 삼성
Patrick Welter 기자, 서울
"삼성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다." 최근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는 이렇게 체념섞인 어투의 말을 자주 들을 수 있습니다. 가족이 경영하는 한국의 거대한 기업그룹(Chaebol, 재벌)이 의심스러운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삼성은 그룹의 가부장인 이건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아주 대규모로 국가공무원들과 법관들, 정부부처의 고위관리 및 세금공무원, 저널리스트와 정치가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최대 2000억원의 비자금 계좌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시에는 삼성으로부터 후보자들에게 돈이 흘러들어가기도 했었습니다.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는 것으로서 두각을 드러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2년 삼성으로부터 당선 후에 당선 축하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형의 고발과 비난은 한국에서 삼성과 이건희 회장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그룹의 전직 대표법률가가 지난 11월 비밀을 실토하고 비자금 조성에 협력했다고 스스로를 고발한 이후 제기된 이번 사태는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태입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삼성에서 근무했던 김용철 변호사는, 뇌물을 은폐하기 위해 회사직원들의 명의로 된 계좌 수백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건희와 그의 부인 그리고 몇몇 임원진들은 출국금지상태
이건희는 돈 받는 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특전을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인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의 아내이자 미술계의 후원인으로 알려진 홍라희와 그의 다른 친척들은 이 비자금 계좌에서 600억원의 그림을 개인 용도로 구매하였다고 합니다. 이 그림들 중에는 팝 아트 미술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은 2002년 크리스트 경매에서 익명의 사람에게 716만 달러에 팔린 바 있습니다. 이건희와 그의 아내 및 몇몇 삼성 임원진들은 현재 출국금지된 상태입니다.
삼성은 우선 고발과 비난들에 맞서고 있습니다. 의회에서 특별 수사의 도입이 법률로 결정된 이래로 삼성그룹은 더 이상 커멘트를 내놓고 있지 않습니다. 고발과 비난에 대한 입증은 아직까지 제출된 것이 없습니다. 수사는 이제 정점에 도달하였습니다. 이건희의 아들과 임원진 및 그의 아내에 대한 조사가 끝나고 마침내 이건희 회장이 소환되었습니다. (중략) 한국의 미디어들에 따르면 삼성은 비자금 계좌가 이건희 회장의 개인 재산이거나 아니면 그의 아버지, 즉 삼성의 창립자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게 불법자금제공
66세의 이건희 회장이 조사를 받으러 소환되는 것은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집니다. 지난 몇 년간 삼성에 대한 조사 때마다 그 가족들에 대한 고발과 비난은 다른 재벌 가족들과는 달리 아무런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습니다. 2005년에 이미 삼성의 가족승계가 문제된 적이 있었습니다. 1996년 삼성 계열사가 전환사채를 시장가격의 10%도 안 되는 가격으로 이재용에게 팔았습니다. 이를 통해 이건희의 아들은 그룹의 비밀 본부로 알려지고 있는 에버렌드의 대주주가 되었습니다. 당시 삼성의 두 임원이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그 가족들은 처벌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건희는 의학검진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몇 달간 사라져버렸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를 두고 도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가족에 대한 수사가 종결된 이후에 돌아왔습니다. 공항에서 그는 한국국민들에게 사과하고 3일 후 8000억원을 사회에 기부하였습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고발에 따르면 1997년 대통령 선거 시 후보자들에게 흘러들어간 것과 동일하게 당시 검은 돈이 사법부에 흘러들어 갔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삼성이 법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들이 있었습니다.
예전 계열사인 삼성 자동차에 대한 다른 소송에서 내려진 판결에 의해 삼성과 이건희 회장은 당시의 채권자들에게 2조3천억원의 손해배상을 해야 합니다. 삼성은 항고를 한 상태입니다. 삼성 그룹은 59개의 계열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계열사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중요한 조선업체인 삼성중공업 등이 포함되어 있어 삼성은 한국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삼성은 애증의 대상
삼성에 따르면 삼성은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수출량 2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삼성 그룹은 상호간의 출자로 얽혀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이건희 일가가 아주 적은 자본지분으로 그룹을 통제할 수 있게 합니다. 병원, 보험, 증권회사, 백화점, 호텔, 유원지 에버렌드 등이 이러한 그룹에 속해있습니다. 삼성은 한국을 경제적으로 움켜쥐고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삼성그룹의 빌딩 앞에는 세 개의 깃발이 있습니다: 왼쪽과 오른쪽에는 삼성의 깃발이, 그리고 가운데에는 한국의 국기가 있습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그래서 한국인들에게 삼성은 애증의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60년대 이래로 한국인들은 계획경제에서의 재벌의 역할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서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건희는 존경받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삼성을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그룹으로 이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업과 정치 사이의 결탁(정경유착)은 오늘날 부작용을 낳고 있으며 이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 기업들이 중소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은 매우 일상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날 많은 한국인들은 이번 수사로 인해 삼성과 한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고 매우 걱정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몇몇 경제단체들과 중소 하청업체들은 수사를 빨리 종결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수사는 4월 말에나 끝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의 직원들은 수사가 회사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연초에 인사이동과 승진 등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역시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합니다. 사업전망 역시 모호한 상태입니다. 주주총회에서 연초에 기대되었던 15% 이상의 성장이 불과 10% 정도의 성장에 그쳤다고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의 저하는 뇌물 스캔들 때문이 아니라, 외국에서 삼성의 성장을 위협하는 다른 나라들의 발전 때문일 것입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삼성의 행태는 장기적으로는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기에, 이번 기회에 부디 개발독재시대의 낡은 사고와 행태들을 깨끗히 털고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이런 류의 기사들을 외신을 통해서 더 이상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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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 입니다
초대장 보내드렸습니다.
찾아 주심에 감사드리며
좋은 글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앞으로도 간혹 이곳에 들르게 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