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장관 내정자 명단이 발표된 뒤, 그들이 전국 각지에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부동산 목록을 쭈욱 훑어보면서 처음 떠오른 단어는 바로 유유상종이었습니다. 한결같이 강남의 값비싼 아파트들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토지를 보유하고 있더군요.
혹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게 죄는 아니라고...
맞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많은 것은 죄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산 증식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투기는 형법상 범죄행위는 아닐지라도 명백하게 비도덕적 행위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 역시 사고 파는 물건이 될 수 밖에 없긴 하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은 사회 구성원 전체의 공존을 위해 필요한 기초적 조건이며, 한정된 재화입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이 한정된 재화는 조화롭게 사용될 필요가 있습니다.
기업들이 열심히 기술개발해서 신제품을 출시하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시장과 수요을 창출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일이라던지,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거나,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요리사가 음식을 만드는 행위 등과 같이, 자신의 두뇌와 육체를 사용해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행위와는 달리, 부동산 투기는 아무 것도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전혀 없습니다. 다만 부동산을 먼저 점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향후 이 부동산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차익을 요구하는 비도덕적 행위입니다.
모든 장관 내정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인촌 내정자처럼 차익을 노리고 부동산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수년간 극단 운영을 위해 가지고 있던 건물이 세월이 지나 가격이 오르고 그로 인해 재산이 증가한 경우라면 함부로 비난할 일은 아닐겁니다.
하지만 몇몇 후보자들은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 사용되고 있지 않는 땅들을 가지고 있더군요.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은 살 수도 없는 절대농지를 구입해서 10년간 농사를 짓지도 않았다면, 이건 비도덕적인 행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실정법을 위반한 범법행위입니다.
심지어 "자연으로서의 땅을 사랑"할 뿐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해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분노를 일으키게 합니다.
또 대학교수로 재직하셨던 어떤 분들은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더군요. 한국에서 대학지도교수와 제자들의 관계가 어떠한 관계인지를 아는 저로서는 그 사태의 전말이 구체적으로 상상이 됩니다.
저는 이처럼 심각한 도덕적 하자가 있는 사람들을 새 정부의 장관 및 요직에 내정할 수 있는 이명박 당선자의 도덕적 가치관이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자신의 자녀들을 자신 소유의 빌딩 관리인으로 등록해 놓아, 한편으로는 증여세를, 다른 한편으로는 임대소득세를 절세해왔고, 수백억 재산에도 건강보험료는 단 돈 몇 만원 밖에 내지 않았던, 이 당선자의 "공공성"에 대한 개념 부재와 도덕적 가치관의 결함을 익히 알고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새 정부의 중책을 맡을 사람들의 면면까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로 채워넣는 그 당당함을 보면서 이건 문제가 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서,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긴 했지만, 직무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을 것 같아 내정하게 되었다는 해명까지 접하면서, 이 당선자가 말하는 "실용주의"라는 것이 결국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과정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군대식 문화와 돈만 되면 뭐든지 다 한다는 천민자본주의를 적절히 버무려 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노무현 정부 하에서 출범했던 각종 과거사 진상규명 위원회들도 새 정부에서는 모두 폐지될 것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 앞에서는 '역사'라는 테마는 사회에 분란이나 일으키는 시끄러운 것일 뿐, 돈도 안 되는 쓸모없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내일이면 출범하게 되는 새 대통령과 새 정부에 축하의 말을 전하는 것이 예의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새 정부 하의 5년이 너무 걱정이 됩니다.
가뜩이나 우리 사회에 부족한 타인에 대한 배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사회 구성원 전체의 조화로운 공존에 대한 고민은 완전히 사라지고, 단돈 몇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야만 하는, 경우에 따라서는 법규정도 살짝 무시하고, 타인을 속여가면서까지 그럴싸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상 최대의 과제가 되는 그런 사회가 되어 갈까봐 걱정입니다.
눈 앞에 선명하게 보이는 절대적 악이었던 독재체제를 종식시킨 후, 형식적 민주주의는 완전히 뿌리내렸지만, 실질적 민주주의는 계속 후퇴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여전히 사회적 의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자칭' 합리적 진보세력들과 진짜 진보세력들이 부디 제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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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타고와서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
독일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감사합니다. 독일 역시 정치인들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인식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가장 부패한 집단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긴 하는데요. 이번 한국의 새 정부 장관 내정자들과 같은 경우는 아마 없었을 겁니다.
"유유상종" 그 4글자 말고 더 필요한게 어디있겠습니까?
그애비에 그아들이란 말이 있듯이.
"청렴하면서 능력 있는 인물"을 찾는게 어렵다는 해명 아닌 해명을 듣고선 더욱 더 슬퍼집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고,
벌써부터 한숨이 나옵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시작부터 이렇게 걱정되는 정부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들이라는 사실... 대한민국 국민들과 이명박은 유유상종...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정치의식도 점점 더 발전해 나갈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실용주의의 위험성을 다룬 글입니다(펌)